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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해본 것

영화 하얼빈을 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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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들은 참 많지만, 새로 나오는 영화는 항상 기대가 된다. 그 슬픈 역사는 어느덧 100년도 더 된지난 일이지만 여전히 우리 민족에게 깊은 한으로 맺혀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리라. 남녀노소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국민적 정서이기도 하고.
영화감독의 입장에서는 그간 전통적으로 많은 감독들이 다뤄 온 주제이고, 수작도 많은 주제이니만큼 부담스러웠을텐데, 과연 이번 영화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차별점이 무엇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갖고 영화관에 입장했다.


2. 영화 감상의 포인트

그간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들은 비극의 시간을 해학을 섞어가며 다루어왔다. 비극일 수 밖에 없는 이미 정해진 역사적 사건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면 너무 슬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허나 이번 영화는 그리 하지 않았다. 개그적인 요소나 로맨스 또는 신파가 전혀 없다. 너무나도 냉혹하고 절망적이던 그 시절을 적나라하고 어둡고 차갑게 그려냈다. 이번 영화의 포인트 중 하나가 이것이라 생각한다. 배우들도 촬영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 같고, 실제 독립열사들은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을까 싶은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떠나질 않았다.
영상 또한 이를 표현하기 위해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시퍼렇거나, 잿빛, 어두운 톤이 많았고 빛과 어둠의 대비가 컸던 것 같다. 국권 침탈 직전의 절망적 시대상을 시각적으로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흠 잡을 데가 없다고 생각한다. 극 몰입을 방해하는 발연기가 없었음은 물론이고, 독립운동가의 고뇌를 배우들 각자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잘 표현해 내었다. 개인적으로 의거 이후 사형 집행 직전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심호흡 장면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시간이 어느정도 지난 지금에도 여운이 계속 남는 명장면이라 평하고 싶다.



3. 아쉬웠던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며 다소 아쉬웠던 점은, 사건을 조금 더 긴박하게 그려내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신파 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짜임새 있게, 더 극적으로 그려낼 수는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서울의 봄’ 또한 이미 결과가 정해진 역사를, 암울한 시대상을 그렸지만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관객을 몰아갔는데, ’하얼빈‘은 이런 면에서 다소 루즈한 구간도 있었고 너무 빠르게 넘어간 구간도 있다고 느꼈다. 공부인 캐릭터의 하얼빈 역에서의 역할이나, 조우진 배우 캐릭터의 개연성은 배우들의 연기력과는 별개로 영화 내에서 설명이 좀 부족해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는 생각이다.


4. 총평

아쉽지만 이번 영화는 1,000만 관객을 찍는 대중적인 영화가 되지는 못할 것 같다. 일제강점기의 냉혹함과 독립투사들의 갈등과 고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간 이들의 삶을 짊어지고 처절하게 나아가는 모습을 잘 그려낸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극의 짜임새나 영화적 재미 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관람을 추천하지 않는 영화는 아니다. 옛날 밈을 빌어 표현하자면 “한국인이라면 한번은 봐야 할” 영화라 생각한다. 100년 전 불과 30대 초반의 청년이 이국의 땅에서 외쳤던 “까레아 우라!” 이 한마디가 주는 울림을 영화를 통해 느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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