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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해본 것

정장의 세계에 눈을 반쯤 뜨게 된 계기(2016.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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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 캐주얼' 이라 쓰고 '정장' 이라 읽는 복장규정을 가진 회사에 몸담은터라
 평소 데일리로 정장을 입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매일 입는 옷임에도 불구하고 큰 관심 없이
 마트나 아울렛에서 떨이치는 상품들 싸게 구하고 해지면 버리고를 반복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신입사원 때 기본 셋트로 갖춰놓았던
 (차콜)그레이, 네이비, 블랙 Solid 색상 정장이 어느덧 모두 닳아서 못입게 되어 버렸다.

 그래서 또 그냥 돌아다니다가 싼 정장이 있으면 줏어올 요량으로 살다가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Hugo Boss 정장을 보게 되었는데
 (인터넷에서 봤던 김어준이 없이 살다가 휴고 보스 정장 하나 지르고
  어디가서 대접받았다는 내용의 글이 불현듯 생각이 났다.)
 오
 무슨 옷이 백만원 씩이나 하는지
 근데 이쁘긴 이쁘더라
 그래서 다짐했다. 이참에 돈 좀 모아서 비싼거 하나 들여보자고.
 한 달간 점심을 열심히 라면으로 때웠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매장에 가야지 하고 마음 먹은 날에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한 가지 생각
 '아 그래도 돈백만원 쓰는건데 인터넷 한 번은 찾아보고 써야 되지 않을까'
 그러고 차에 앉아 정장 관련 정보를 열심히 찾아보니

 정장은 접착식, 반접착식, 비접착식이 있다더라.
 접착식은 싸고 대량생산에 내구성이 좋지 못하고 결정적으로 입었을때 몸이 불편하고
 비접착식은 비싸고 한땀한땀 뜨는 정장에 오래 입을 수 있고 옷이 몸을 타고 흐른다네.
 그리고 결정적으로
 Hugo Boss는 비접착식에서 접착식으로 방식을 바꿔가고 있으나 여전히 비싸다고.
 (나쁜사람...)

 한편으로는 탄식이,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그러면 뭐가 좋은 브랜드냐 찾아보다가
 Ermenegildo Zegna ? Pal Zileri?
 어떻게 발음하는지도 모르겠는 브랜드들이 비접착식으로 잘 만든다고 하더라.
 3층이었나? 여하튼 높은 층에 마침 있길래 한 번 들어가보았다.

 올라가자마자 보이길래 제냐를 먼저 들어가보았다.
 이뻐보이는 정장 하나를 잡고 택을 봤더니 와 가격이 뭐? 2백6십을 달라고?
 와 여긴 아직 내가 올 곳이 아니다 싶어서
 황급하지만 최대한 태연한 척 하면서, "둘러보고 올게요" 하고 나왔다.

 그 다음 들어간게 빨질레리 매장이었다.
 조금 전에 2~3백만원 대의 정장을 보고 와서 그런가
 70에서 1백만원 사이로 부르는게 왜이리 저렴하게 귀에 박혔는지 모르겠다.
 아울렛이라 그런지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사이즈가 없고
 마음에 안드는 디자인은 사이즈가 있었다.
 고르고 고르다가 어느정도 타협점에 서 있는 디자인과 사이즈를 찾았다.

 [ 그때 업어온 그 빨질레리 정장이다   ]

 

 

 [  레노마에서 9만원인가 주고 업어온 정장과의 간단비교 ] 첫 번째 단추 구멍 부근에서 라펠이 감기는 모습만 봐도 왼쪽 까투리색 빨질레리 정장은 자연스럽게 말려들어오는 반면 오른쪽 회색 체크 레노마 정장은 그냥 접어놓은 모양새다. 라펠이 감기는 저런 느낌이 옷을 착용했을 때 그대로 느껴진다.  착용감이 두 정장이 정말 크게 다르다.

 

 



사실 위에 언급한 기본템(그레이,네이비 솔리드)들이 부재하기에 기본템 사러 갔다가
까투리색 체크를 집어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나
첫번째로 제냐에서 가격에 놀라고 온 덕택에 80만원이 싸게 느껴져버렸고...
두번째로 나의 한국적인 곡선의 바디라인을 옷이 정말로 자연스럽게 타고 흐르는걸 보고
한번쯤은 비접착식 정장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과감하게 지르고 나왔다. 할부는 무이자 5개월로.

어느덧 아재 초입까지 짧고도 긴 인생을 살아오면서
한평생 옷에 2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투자한 적이 없었던지라
내안의 내가 선택한 과감한 소비에 한동안 손이 떨려왔지만
이것의 지름의 끝이리라고 애써 자기 위로를 하며 정장을 받아들었다.

그 때만 해도 이게 미친 쇼핑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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